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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
WE HAVE A GREAT IDEA, WHAGI
 브라운 색상 이미지-S141L5
흙에서 태어난 문화재, 기와

BI의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원하는 전통 기와를 찾아 2020년 말부터 전국을 누볐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1호 제와장 한형준 님의 뒤를 이른 제와장 전수조교 김창대 님은 과거 상당히 긴 세월에 걸쳐 정부가 발주하는 문화재 복원 공사에 기계식 기와를 사용한 탓으로 전통 기와 제조방식 자체가 완전히 사장될 뻔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숭례문 화재 사건에 대한 복원 작업에 기계식 현대 기와가 아닌 전통 기와 사용이 결정되는 덕분에 전통 수제 기와 제작의 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와기는 작년부터 여러 플랫폼에서 입점 제안을 받고 있었지만, 괴짜스러운 완벽주의 성향 덕분에 그 당시엔 내부적으로 준비가 덜 되어있다고 판단하기도 했고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꿈을 빠른 성장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분별없이 무작정 입점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제가 지켜온 신념을 존중해 줄 수 있는 곳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조금 느리더라도 추억과 함께 쌓이는 계단식 성장이 더 좋습니다. 무엇이든 처음은 정말 낭만적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어설프고, 실수하고, 개선하고, 보완하고, 발전하며 나아가는 매 순간이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이 될 테니까요. 저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면서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뒤돌아 보았을 때 뿌듯하고 행복했던 여운과 같은 감정만 남는다는걸요.


올해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고 우리와 결이 맞는 곳들과의 컨택으로 드디어 입점 위한 준비 중에 입점사 배너에 들어갈 사진에 전통 기와를 꼭 담고 싶었습니다. 앞서 말한 장인이 만들고 있는 전통기와, 큰 규모의 기업에서 만들고 있는 현대식 기와,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골동품 가게 사장님 말씀으로는 과장을 조금 보태어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기와까지 여러 가지 기와를 수집하는 재미있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수집한 여러 가지 기와를 모두 촬영했지만 브랜드의 이미지와 사진에 담긴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현대식 기와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카메라에 담긴 전통기와는 골동품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 말아주세요. 언젠가 쇼룸이 문을 열게 되면 수집한 기와를 전시해둘 생각입니다.


저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생각보다 옷과 관련 없어 보이는 곳에도 투자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혹자는 쓸데없는 곳에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고도 하지만 이러한 과정과 경험의 쌓임이 훗날 디자인을 하고 브랜드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과연 쓸데없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단언컨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던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 중에서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기 위해선 다소 쓸데없는 것들로 치부되는 것들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행동 목적의 1순위에서 돈이 밀려나게 되면 꽤 멋진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코 돈을 무시하거나 배제할 순 없지만 때로는 2순위, 3순위로 내려보내면 만족스러워하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입장에서 결국 최종적으로 보여지는 건 옷이지만 그 안에는 무수히 흘린 땀과 우리의 철학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저와 같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결과물 안에서 그 사람의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 보게 됩니다. 이런게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일지도 모르겠네요.


짧지 않은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2 WHAGI